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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스포츠미래포럼 30여 명, 평택 수도사서 적문스님과 옥수수장떡 만들기
세계챔피언·국가대표도 앞치마 두르고 한 팀…승부보다 ‘대심·희심·노심’ 배워스포츠의 세계에서 점수는 냉정하다. 더 빨리 뛰고, 더 높이 오르고, 더 많은 골을 넣은 사람이 이긴다.
그런데 17일 평택 수도사에서 열린 ‘경기’의 채점표는 조금 달랐다.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눈으로 30점, 입으로 30점, 그리고 마음으로 40점.기술과 맛을 합친 것만큼이나 ‘어떤 마음으로 음식을 만들었느냐’가 중요했다. 심판은 대한불교조계종 사찰음식 명장 적문 스님. 경기장은 수도사 사찰음식 학습관이었고, 경기 도구는 공과 글러브 대신 칼과 도마, 프라이팬이었다.이날 수도사에서 열린 ‘한국스포츠미래포럼과 함께하는 수도사 사찰음식’ 행사에는 한국스포츠미래포럼 회원과 관계자 30여 명이 참가했다. 행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수도사가 주최·주관하고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불교문화사업단, 평택불교사암연합회가 후원했다.참가자들의 면면도 여느 요리교실과는 달랐다.WBA 주니어플라이급 세계챔피언 출신 유명우를 비롯해 농구 국가대표 출신 김영옥, 국제조정연맹 심판 권재형, MTB 국가대표 감독 이환열, 레슬링 국가대표 출신 김종대, 체육학 교수와 각 종목 협회 관계자 등이 앞치마를 둘렀다. 조국 조국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장도 함께했다.링과 코트, 경기장에서는 서로 다른 종목에 몸담았던 사람들이 이날만큼은 같은 도마 앞에 섰다. 요리보다 먼저 배운 것은 ‘마음’적문 스님은 참가자들에게 곧바로 칼을 쥐여주지 않았다. 먼저 사찰음식이 무엇인지부터 설명했다. 적문 스님이 강조한 사찰음식 조리의 기본은 청정(淸淨)·유연(柔軟)·여법(如法)이었다. 인공조미료 등에 의존하지 않고 음식 본래의 맛을 살리는 청정, 수행자의 몸에 부담을 주지 않는 유연, 그리고 불교의 가르침에 어긋나지 않도록 음식을 만드는 여법이다. 사찰음식은 단순히 고기를 넣지 않는 채식이 아니라 음식을 만들고 먹는 과정 자체를 수행의 일부로 본다는 설명이다.적문 스님은 여기에 음식을 만드는 사람의 마음을 더했다.“평등한 마음으로 음식을 해야 합니다. 차별하고 분별하지 않는 큰마음, 대심(大心)입니다. 기왕 음식을 할 거라면 짜증 내지 말고 기쁜 마음으로 해야 합니다. 희심(喜心)입니다. 또 할머니가 손주를 사랑하듯 간절한 마음으로 해야 합니다. 그것이 노심(老心)입니다.”그래서 이날 품평 기준에서도 ‘마음’이 가장 높은 40점을 차지했다. 눈으로 보는 플레이팅 30점, 입으로 느끼는 맛 30점, 그리고 대심·희심·노심을 얼마나 음식에 담았는지가 40점이었다.국가대표와 세계챔피언에게도 낯선 채점 방식이었다. 임진호 평택시골프협회장
오늘의 종목은 ‘옥수수장떡’이날 참가자들에게 주어진 과제는 옥수수장떡이었다. 재료는 의외로 단순했다. 옥수수와 애호박, 풋고추, 된장과 고추장, 밀가루와 물. 부침에는 들기름과 식용유를 섞어 사용했다. 파와 마늘도 없었다.적문 스님이 시범을 보인 뒤 참가자들이 5개 조로 나뉘어 본격적인 조리에 들어갔다. 풋고추를 다지고 애호박을 썰고 된장과 고추장을 풀어 반죽을 만드는 손놀림은 처음부터 제각각이었다. 적문 스님의 설명이 끝나기도 전에 앞서 나가는 조도 있었고 반죽 농도를 잡지 못해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참가자도 있었다. 산전수전을 겪은 스포츠인들도 프라이팬 앞에서는 초보 요리사였다.적문 스님의 주문이 연이어 떨어졌다.“반죽은 걸쭉하게 해야 합니다.”“들기름이 들어가니까 불은 약하게 해야 해요. 센 불로 하면 탑니다.”조금 전까지 사찰음식의 철학을 이야기하던 학습관은 어느새 옥수수장떡을 뒤집는 소리와 웃음소리가 뒤섞인 ‘요리 경기장’으로 변했다.연꽃부터 태극기까지…장떡 한 장에 이야기를 담다진짜 승부는 장떡을 다 부친 뒤 시작됐다. 각 조는 자신들이 만든 장떡을 접시에 담은 뒤 왜 이런 모양으로 만들었는지, 어떤 마음을 음식에 담았는지를 설명해야 했다.한 조는 연꽃 모양으로 장떡을 배열하고 그 위에 하트를 올렸다. 연꽃은 지혜와 해탈, 부처의 마음을 뜻하고 하트에는 세상이 사랑으로 가득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설명했다.다른 조는 아예 적문 스님의 얼굴을 작품으로 만들었다. 둥근 장떡을 얼굴 삼아 적문 스님의 모습을 형상화했다며 “간절한 마음으로 정성을 들였다”고 설명해 웃음을 자아냈다. 8·15 광복절 직후라는 점에 착안해 태극 문양을 만든 조도 있었다. 조국 혁신정책연구원장은 조를 대표해 “대한민국의 발전과 한국 스포츠의 발전을 바라는 마음을 담아 태극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적문 스님은 “진관사에서 태극기가 발견돼 늘 부러웠는데 오늘 수도사에도 태극기를 만들어 줬다”며 반겼다.그러나 곧바로 한마디를 덧붙였다. “태극기는 감동이지만 점수는 별개입니다.” 학습관에 웃음이 터졌다.우승은 적문 스님의 이름을 넣어 만든 2조(오병석-평택시 건축사협회장, 김영옥-국가대표선수협회 부회장, 김연산-대한생활체육회e스포츠 사무처장, 성경호-유튜버, 윤관학-기아차현장 노동연대 중앙의장)에게 돌아갔다. 우승 작.
경쟁하러 왔지만 결국 배운 것은 ‘조화’참가자들이 만든 옥수수장떡은 이날 수도사가 준비한 상차림의 첫 메뉴가 됐다. 적문 스님은 유미죽을 시작으로 치자밥, 들깨를 이용한 두부감자탕, 열무김치, 우엉두부조림, 두부요리와 각종 나물 등 12가지 음식을 점심으로 내놨다. 여기에 참가자들이 직접 만든 옥수수장떡이 13번째 음식으로 올랐다.눈앞에는 만찬이 차려졌지만 적문 스님이 강조한 것은 많이 먹는 법이 아니었다.그는 “음식을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행하는 사람에게는 위와 장에 부담을 줘서는 안 된다”며 몸이 편안할 만큼 먹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생각해보면 스포츠와 사찰음식은 전혀 다른 세계처럼 보이지만 닮은 점도 적지 않다. 좋은 기록을 만들려면 몸을 절제해야 하고, 기본 동작을 수없이 반복해야 한다. 혼자 잘해서는 안 되는 종목에서는 동료를 배려해야 하고 때로는 자신의 욕심도 내려놓아야 한다.사찰음식 역시 화려한 재료보다 재료 하나하나의 성질을 살피고 서로 어울리게 만드는 데서 시작한다. 더 강한 맛 하나가 전체를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단맛과 쓴맛, 짠맛과 매운맛, 신맛과 담백한 맛이 제자리를 찾아야 한 상이 완성된다.스포츠가 사람의 몸을 통해 조화를 찾는 과정이라면 사찰음식은 한 그릇의 음식 안에서 조화를 찾는 과정인 셈이다.이날 수도사에서 벌어진 옥수수장떡 한판이 재미있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누가 더 잘 만들었는지를 가리는 작은 승부로 시작했지만, 마지막에 남은 것은 순위만이 아니었다.100점 가운데 가장 큰 40점은 기술도, 기록도, 맛도 아닌 ‘마음’이었다.평생 기록과 승부를 이야기해온 스포츠인들에게 수도사의 프라이팬은 그렇게 조금 다른 승부의 기준을 보여줬다. 김영옥 국가대표선수협회 부회장 유명우 WBA 전 세계챔피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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