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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음식 명장 적문 주지 스님 “40년 전부터 사찰음식 체계화 무형문화재 지정 통해 대중화를”
적문 스님은 “한국 불교의 유구한 역사에도 불구하고 사찰음식에 대한 연구와 보존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국가무형문화재 지정이 관련 연구 활성화는 물론이고 사찰음식 대중화의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평택=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최근 문화재청이 사찰음식의 국가무형문화재 지정 타당성 조사에 나섰다. 한국 불교의 전통 식문화를 보여주는 사찰음식은 선불교 수행 정신이 계승된 무형유산. 27일 경기 평택시 수도사에서 만난 사찰음식 명장 적문 주지 스님(한국전통사찰음식문화연구소장)은 “중국이나 대만에서는 스님이 일반식당에 가면 이상하게 볼 정도로 사찰음식점이 대중화돼 있다”며 “반면 우리는 한국불교의 유구한 역사에도 불구하고 사찰음식에 대한 체계적인 정리가 잘 안돼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중국, 대만 스님들은 외부에서 어떻게 식사합니까.
“일반식당에 갈 필요가 없을 정도로 사찰음식점이 아주 많아요. 그러니 육류나 향신료를 많이 쓰는 일반식당에 스님이 들어가면 좀 ‘땡중’처럼 보는 거죠. 모르고 들어왔다고 생각해서 내보내는 식당도 있고요. 중국 사찰음식은 종류만 8000가지가 넘습니다. 그만큼 체계적으로 자료를 정리하고 연구·보존해 왔다는 의미지요.”
―사찰음식을 절에서 먹는, 육류나 오신채(五辛菜)를 안 쓴 음식 정도로 아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사찰음식의 궁극적인 목적은 수행입니다. 그래서 조리법은 물론이고 음식에 담긴 3덕(德) 6미(味)의 정신, 발우공양, 마무리까지 정해진 절차와 의례가 있지요. 3덕은 조리 원칙을 말하는데, 인공조미료나 방부제가 없는 깨끗함을 말하는 청정(淸淨), 수행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담백하게 만드는 유연(柔軟), 부처님의 가르침에 맞게 만들어야 하는 여법(如法)을 말합니다. 6미는 쓴맛, 단맛, 짠맛, 매운맛, 신맛, 담백한 맛을 말하지요.”
―사찰음식 명장 6명 중에 유일한 비구시더군요.
“하하하, 중앙승가대학에 다닐 때 학보사 기자를 하면서 불교 의식주 취재를 한 적이 있어요. 승복 취재를 하는데 자료가 거의 없어 애를 먹었지요. 아주 힘겹게 석사 논문 하나를 발견했는데 논문 후기에 ‘이 모든 영광을 하나님께 바친다’라는 감사가 적혀 있더군요. 그때 큰 충격을 받았지요. 이렇게 우리 스스로 관심이 없다가는 언젠가 승복 제작 자문을 기독교인에게 받는 날이 올 것 같더라고요. 사찰음식은 더 충격이었어요. 단 한 개도 관련 자료를 찾을 수가 없었으니까요. 그때부터 전국의 모든 절과 공양주, 스님들을 만나며 관련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지요. 그게 40여 년 전이네요.”
―사찰음식이 웰빙 음식 등 장점이 많은데도 아직 대중화되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한때 곳곳에 사찰음식점이 생기기도 했는데…. 너무 아쉬운 게, 가능성은 있었는데 충분히 준비하지 않고 급조하다 보니 결국 대부분 문을 닫았어요. 식자재 공급은 물론이고 조리인력도 충분히 양성한 뒤에 해야 했는데, 제대로 갖추지도 못한 상태에서 음식 만드는 스님 하나 믿고 시작한 면이 있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생각보다 수익이 안 나고 결국 접은 거죠. 하루빨리 사찰음식이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돼 관련 연구는 물론이고 인력 양성의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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