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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브 푸드 리얼리티 프로그램 ‘공양간의 셰프들’에 사찰음식 명장들이 총출동했다. 그중 상반된 요리 스타일을 보여준 적문 스님과 우관 스님을 찾아 촬영 비하인드를 들었다.

웨이브 ‘공양간의 셰프들’ 적문 스님(왼쪽)·우관 스님 공식 포스터.
국내에는 ‘흑백요리사’ 시즌 2로 주목받은 선재 스님을 비롯해 사찰음식 명장이 총 6명 있다. 이들 스님은 전국 각지의 사찰에 흩어져 자신만의 방식으로 음식을 연구, 발전시키고 있기에 함께 모여 요리를 하는 일은 흔치 않다. 최근 공개된 웨이브의 푸드 리얼리티 프로그램 ‘공양간의 셰프들’은 그런 스님 6명을 한곳에 모아 음식에 얽힌 그들의 삶과 철학을 엿보게 했다. 출가, 생로병사 등 각자의 스토리가 담긴 음식은 재료 선정부터 조리 방법까지 6인 6색의 시그니처 메뉴로 완성됐다. 장을 다루는 방식, 대중공양에 임하는 자세에서도 서로 다른 개성이 두드러졌다.
적문 스님은 명장 6명 가운데 유일한 비구 스님으로, 주로 기록과 문헌에 기반한 음식을 선보인다. 사찰음식에 입문한 계기도 중앙승가대 재학 시절 학문적 연구로 접근한 것이었다. 최연소 명장이자 해외 유학파인 우관 스님은 새로움이 더해진 사찰음식을 세계에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외국 식재료를 폭넓게 활용하며 2019년에는 영문 책 ‘Wookwan’s Korean Temple Food(우관의 한국사찰음식)’로 독립출판계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미국 독립출판협회(IBPA)의 벤자민 프랭클린 어워드에서 은상을 수상했다. ‘공양간의 셰프들’ 방영을 앞둔 2월 어느 날 두 스님을 차례로 만났다.
적문 스님 “전국 사찰 돌며 옛 레시피 공부했죠”‘공양간의 셰프들’ 촬영은 어떠셨나요.
공양을 수행 삼는 사람으로서 좋은 기회였어요. 개인적으로는 비구니 스님과 비구 스님이 함께 어우러져서 요리하는 장면이 연출된 것에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종교 집단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보수적인 면이 있거든요. 비구니 스님과 비구 스님이 격의 없이 대화하는 것조차 한계가 있을 정도예요. 제가 처음 앞치마를 두르고 음식을 한다고 했을 때 내부적으로 엄청난 반발을 산 것도 그 점 때문이고요. 이번 방송이 시대 흐름을 반영함과 동시에 불교계의 경직된 분위기를 넘어선다는 차원에서 불자들에게 고무적일 거라는 생각입니다.
비구 스님이 사찰음식을 한다는 데 대한 비난이 거셌다고 들었어요.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쯤이었는데, 당시만 해도 풍토가 그랬어요. 가까이 지내던 스님들이 다 저를 손가락질하고 곁을 떠나더라고요. 그럼에도 음식 하는 일이 재밌었어요. 특히 사찰음식은 공유하면 공유할수록 유익한 일이기도 하고요. 몸과 마음을 맑게, 건강하게 하는 건 피동적이어서는 절대 불가능해요. 주체적으로, 강한 의지로 선택을 해야 하죠. 저라는 사람이 평생에 걸쳐 그 길을 걷고 있다는 점이 하나의 메시지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사찰음식 연구를 먼저 시작하셨다고요.
제가 중앙승가대 학보사 기자였어요. 불교 대중문화를 주제로 1년간 연재를 하다가 전통 사찰음식이 사라지고 있다는 데 충격을 받고 깊이 연구를 시작하게 됐어요. 당시에는 사찰음식에 관한 논문 한 편, 책 한 권이 없었어요. 그래서 한 유명 사찰 공양간에 찾아갔더니 미원 같은 인공 조미료가 있는 거예요. 오신채에 해당하는 파, 마늘도 버젓이 있고요. 제가 어릴 때만 해도 분명 그렇지 않았거든요. 이후에 전국 사찰을 발로 뛰어 취재하면서 자료를 모았어요. 미국 의회도서관 한국관 관장을 지낸 양기백 박사 등과도 소통하면서 계속 이론적으로 공부를 했죠. 그랬더니 여기저기서 음식을 가르쳐달라는 요청이 들어오더라고요. 처음에는 쭈뼛쭈뼛했어요. 음식은 출가하면서부터 기본적으로 다 배우는 거라 누가 대외적으로 나서서 한다는 게 좀 이상하다는 분위기이기도 했고, 더욱이 저는 비구니까요. 선재 스님, 정관 스님한테 대신 부탁을 하고 빠져 있고 그랬어요. 그러다 웰빙, 슬로푸드 바람이 불고 사찰음식이 크게 각광받으면서 직접 나서지 않을 수 없었죠.
산속 사찰에 전해져 내려오는 수기 레시피를 복원하고 싶다는 적문 스님.
옛 사찰음식을 보전하려 하시는 것도 이런 이력과 관련이 있나요.
아무래도 전국을 돌며 필드 워크를 했기 때문에 각 사찰이 보유한 독특한 조리 방법, 노하우를 접할 수 있었어요. 그런 전통성을 늘 바탕에 두려 하죠.
사라진 레시피, 복원하기 어려워 아쉬운 음식도 있나요.
예로부터 대중공양을 많이 하던 운문사(경북 청도) 같은 산속 사찰에는 비구니 스님들이 수기로 적어둔 레시피가 많아요. 음식을 많이, 다채롭게 해야 하다 보니 여러 궁리를 했던 거죠. 그런데 워낙 주먹구구식으로 기록돼서 대부분 재료와 간단한 조리 방법 정도만 적혀 있어요. 완벽하게 복원하기 어려운 거죠. 지금 타이핑해서 체계화 작업을 하고 있는데, 언젠가 이것들을 잘 복원하고 다듬어서 책으로 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방송에서 ‘장을 활용한 요리’로 선보인 된장찌개는 퓨전에 가까운 느낌이었어요. 사찰음식 세계화 활동을 하신 것도 변화와 맞닿아 있는 것 같고요. 이들이 전통이라는 가치와 상충할 때는 없나요.
된장찌개의 경우 사찰음식은 원래 소박하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메뉴였어요. 된장찌개에 우엉, 대추, 오이를 넣는다는 게 사실은 안 맞죠. 그런데 정말 가난하던 시절에는 그렇게도 만들었어요. 재료 간의 궁합만 생각하다 보면 시간이 지나 식재료가 상해서 다 버리게 되는 일이 있거든요. 최근에 사찰음식이 너무 화려하고 비싸다는 얘기가 있는데, 그 시절의 ‘진짜’ 사찰음식과 풍속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찰음식 세계화도 마찬가지예요. 전통보다 우선하는 건 자연스러움이에요. 사찰음식의 기본 바탕을 잃지 않으면서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음식을 하려 해요. 공양이라는 말 자체가 ‘더불어 존재한다’는 뜻이거든요. 누구도 배제되지 않게, 모두와 어우러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봐요.
사찰음식과 관련해서 앞으로 더 하고 싶은 일도 있으신가요.
사찰음식 박물관을 짓는 게 제 필생의 원력이에요. 제가 이곳 수도사(경기 평택)에 2003년에 왔거든요. 그때부터 일반 수업은 물론 어린이, 암 환우들을 위한 행사 등 음식 관련 프로그램을 계속해오고 있어요. 그러면서 사찰음식을 원하고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는 것을 느꼈어요. 사찰음식 관련 문헌들을 쭉 모아서 보여줄 수 있는, 학습과 계승의 공간을 만들고 싶습니다.
적문 스님의 ‘취나물 쑥 완자탕’Ingredients
두부 1/4모, 취나물·다시마 20g씩, 쑥 10g, 찹쌀가루 1큰술, 소금 1/2작은술, 참기름·잣·녹말가루 적당량씩, 건표고버섯 20개, 무 100g, 간장 1작은술, 청고추 1개, 후춧가루 약간 How to make1. 두부는 으깨서 물기를 짠다. 2. 취나물과 쑥은 흐르는 물에 씻어 물기를 없앤 뒤 잘게 다진다. 3. 으깬 두부에 찹쌀가루와 소금, 참기름을 섞고 쑥과 취나물을 1:2 비율로 넣어 반죽한다.
4. 반죽을 적당한 크기(약 2cm)로 떼어내 완자를 빚고 그 속에 잣 2~3알을 넣는다. 5. 완자 겉면에 녹말가루를 묻힌 다음 찜통에 쪄낸다. 6. 물 8컵(200㎖ 기준)에 건표고버섯, 무, 다시마를 넣고 약 15분간 우려 육수를 만든다. 7. 육수 재료를 건져낸 뒤 버섯은 채 썰고 다시마는 정사각형으로 썬다. 8. 끓는 육수에 찐 완자를 넣고 간장으로 간을 맞춘다. 9. 그릇에 완자탕을 담고 썰어둔 버섯과 다시마, 편으로 썬 청고추를 고명으로 올린다. 취향에 따라 후춧가루를 가미한다. |